아이브 장원영의 시축 의상이 화제가 되면서 찬반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기장이라는 공간에 적합한 의상인지에 대한 논란부터 중국 팬덤의 성명문 발표까지, 단순한 패션 이슈를 넘어 다양한 관점들이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축구장에서 시작된 의상 논란, 과연 무엇이 문제였나
지난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일을 되짚어보면, 솔직히 이게 이렇게까지 큰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1경기에서 아이브가 시축과 하프타임 공연을 펼쳤는데, 특히 장원영의 몸에 딱 달라붙는 미니 원피스 스타일 의상이 모든 관심을 독차지했다. 사실 처음 봤을 때는 '예쁘네' 정도로 생각했는데, SNS가 난리가 난 걸 보고서야 이게 논란거리구나 싶었다.
비판적인 목소리들을 들어보면 나름 일리가 있긴 하다. "의상이 너무 몸에 붙어서 시축하기 불편해 보인다", "경기장에 원피스 같은 옷을 입고 나와야 했나"라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특히 축구장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고려하면 좀 더 활동적이고 편안한 의상이 적절했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건, 스타일리스트를 향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는 점이다. 마치 장원영 본인은 피해자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다. "너무 예쁘다", "시축은 잠깐이고 공연이 주 목적 아니냐", "이게 논란까지 될 일인지 모르겠다"는 의견들이 맞섰다. 개인적으로 생각해보니 이런 상반된 반응들이 결국 세대 간의 차이, 그리고 K-팝 문화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 같다. 기성세대는 '경기장 예의'를 중시하고, 젊은 세대는 '아이돌의 개성과 자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뭐 어쨌든 양쪽 다 나름의 논리는 있는 것 같다.
멤버 직접 해명과 중국 팬덤 성명문, 상황은 더욱 복잡해져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다. 해당 의상이 단순히 스타일리스트의 일방적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레이가 팬 플랫폼을 통해 직접 해명에 나섰는데, "우리 아이브 유니폼 짱 귀엽지", "우리가 각자 입고 싶은 대로 리폼 부탁한거야"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 보였다. 스타일리스트를 욕하던 사람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아마 좀 민망했을 것 같다.
멤버들의 자율적 선택이었다는 게 확인되자, 이번엔 다른 각도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럼 더 문제 아니냐", "TPO를 모른다"는 식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이런 반응을 보면서 참 답답했다. 스타일리스트 탓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본인들 책임이라고 하니까 또 그런 식으로 나오나 싶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상황이 정말 복잡해진 건 중국 팬덤이 성명문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중국 팬덤은 "시축 의상이 개인 의사에 반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는데,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레이가 직접 "우리가 원해서 했다"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개인 의사에 반한다"고 주장하는 건, 솔직히 이해가 잘 안 됐다. 이게 국가별 팬덤 문화의 차이인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이런 상황에서 아티스트 본인이 가장 곤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코디에 대한 악플까지 나오는 상황을 보면서, 과연 우리가 아이돌의 의상 선택 하나하나까지 이렇게 세세하게 간섭해야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의문이 들었다.
글로벌 K-팝 시대, 아이돌의 자유와 팬덤 기대 사이의 줄타기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K-팝 아이돌의 자율성과 팬덤의 기대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얼마나 복잡한지에 대한 것이었다. 멤버들이 직접 "우리가 각자 입고 싶은 대로 리폼했다"고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를 문제 삼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결국 이들도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가진 개인이라는 점을 우리가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건 아닌가 싶다.
더 복잡한 건 다양한 국가의 팬덤이 각각 완전히 다른 기준과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팬들의 반응, 중국 팬덤의 성명문, 그리고 서구권 K-팝 팬들의 시각이 모두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에서는 "경기장 예의"를 중시하는 목소리가 크고, 중국에서는 "아이돌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서구권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다양성은 글로벌 K-팝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티스트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논란들이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본다. 아이돌과 팬덤, 그리고 각국의 팬덤들 간에 서로의 문화와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모든 팬덤을 만족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선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게 최선이 아닐까. 8월 말 컴백을 준비 중인 아이브가 이런 논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개성을 계속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이런 논란들이 오히려 그들의 주목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도 모르겠다. 뭐 그것까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