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액션 영웅 브루스 윌리스가 전두측두엽 치매라는 시련과 맞서고 있다. 그런데 정작 더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의 질병이 아니라, 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여주는 가족들의 모습이다. 전처 데미 무어의 헌신적인 돌봄과 딸들의 감동적인 고백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진단,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
브루스 윌리스의 병은 처음부터 치매로 진단된 것이 아니었다. 2022년 실어증 진단을 받으며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했을 때만 해도, 많은 팬들은 이것이 일시적인 문제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1년 후인 2023년, 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전두측두엽 치매라는 진단이었다.
개인적으로 이 소식을 들었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다이하드' 시리즈에서 온갖 위험을 뚫고 나가던 존 맥클레인의 모습이 떠올랐는데, 그런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가 이런 병과 싸우고 있다니 정말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누구나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막상 이렇게 현실로 닥쳐오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전두측두엽 치매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기억력보다는 성격과 행동의 변화, 그리고 언어 능력의 저하가 먼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브루스 윌리스의 경우도 초기에는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실어증으로 시작되었다가, 결국 치매로 진행된 케이스다. 전체 치매 환자 중에서는 약 10-15% 정도를 차지하는 비교적 드문 형태이지만,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고 50-6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 현재 브루스 윌리스는 의사소통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정말 짐작하기 어렵다.
이혼했지만 여전히 가족, 데미 무어의 놀라운 헌신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브루스 윌리스의 전처 데미 무어의 행보다. 그녀는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매주 브루스를 찾아간다고 밝히며 "모양이 다를 뿐 우리는 항상 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2000년에 이혼한 뒤 각자의 삶을 살아왔는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이렇게 나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 말이다.
더 놀라운 것은 데미 무어가 브루스의 현재 아내인 에마 헤밍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에서는 이들을 '혼합 가족(blended family)'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실제로 가족 행사에서 함께 있는 모습들이 종종 공개되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다. 보통은 전처와 현재 부인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은 브루스의 치료를 위해 하나로 뭉쳐 있는 모습이다.
데미 무어는 한 인터뷰에서 "이혼 뒤에도 삶이 있다"며 "사랑으로 공동 양육하는 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내가 모습을 비추는 것은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나에게 이건 질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확고한 신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혈연이나 법적 관계를 떠나서, 진정으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가족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아빠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 딸들의 감동적인 고백
브루스 윌리스의 딸들이 보여주는 모습도 정말 감동적이다. 데미 무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루머, 스카우트, 탈룰라, 그리고 에마 헤밍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마벨과 에블린까지, 모든 딸들이 아버지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딸 중 한 명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증 치매 아빠와 모든 순간이 감사하다"며 애틋한 고백을 한 것이 화제가 되었다. 이런 글을 읽으면서 정말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힘든 일이다. 특히 전두측두엽 치매의 경우 기억력 저하뿐만 아니라 성격 변화와 행동 장애가 동반되기 때문에 가족들의 부담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예전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가족들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운 일일 텐데, 그런데도 이렇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순탄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최근에는 브루스 윌리스의 근황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너무 자세한 내용까지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딸들은 "우리는 신중하다"며 아버지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결국 가족의 입장에서는 대중의 관심과 개인적인 공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성숙한 태도를 보면, 브루스 윌리스가 정말 좋은 아버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서로를 배려하고 지키려는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가족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