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170만 명의 인기 버추얼 유튜버 우왁굳이 저작권 침해 논란과 막말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사과문 발표 당일 팬덤의 공기관 사칭 논란까지 불거지며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우왁굳 사과문 발표와 활동 중단 선언
우왁굳은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저의 언행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긴 시간 방송을 진행하면서 인터넷 방송이라는 환경 속에서 선을 넘는 말과 행동들이 있었고 이로 인해 많은 분께 불편과 실망감을 드렸다"고 밝혔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그가 자신의 영향력에 대해 뒤늦게 깨달았다는 점이다. "제 언행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과 그에 따른 상황들에 대해 무지했으며 많은 분들의 따끔한 지적과 비판을 통해 제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깊이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70만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의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감을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이 늦었다는 것이다. 결국 우왁굳은 "당분간 유튜브 활동을 중단하고자 한다"며 "중단하는 기간 동안은 많은 분께서 지적해주신 왁타버스 관련 제반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해결해 나갈 예정"이라고 선언했다.
왁타버스 저작권 침해 논란의 핵심
이번 논란의 핵심은 우왁굳이 운영하는 콘텐츠 생태계 '왁타버스'에서 발생한 저작권 침해 문제다.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은 네오위즈의 인기 리듬게임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의 팬게임인 '왁제이맥스'였다.
문제가 된 부분은 해당 게임에 에스파의 'Drama', ITZY의 'WANNABE', (여자)아이들의 'TOMBOY' 등의 곡을 이세계 아이돌이 커버한 버전이 포함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원작 게임사인 네오위즈나 곡의 원저작자들과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한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상황은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일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저작권 의식이 많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팬게임', '커버곡' 등의 영역에서는 애매한 부분들이 많다. 네오위즈는 "'왁제이맥스'에 로고, 모티브, 네이밍 사용 등을 허용했으나, 음원 무단 사용은 이와 별개"라는 입장을 전했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도 저작권 침해 여부 및 사용료 정산 등 법적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이러한 문제는 '왁타버스' 내 다수의 팬게임에서도 산발적으로 드러나며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사과문 발표 당일 터진 팬덤의 공기관 사칭 논란
그런데 우왁굳의 사과문이 발표된 당일, 예상치 못한 새로운 논란이 터졌다. 우왁굳의 팬덤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차단 사이트를 사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논란이 된 '왁굳닷넷'은 방심위의 불법·유해정보 차단 안내 페이지를 그대로 패러디한 형태로, 원본 차단 사이트와 구성과 폰트 등이 동일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 심각한 것은 웹 상단에 있는 로고마저 국가정보원 정부기관 로고를 유사하게 변형시킨 형태라는 점이다. 하단의 링크를 누르면 우왁굳의 팬카페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사이트가 원본 차단 페이지의 소스코드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정부기관 사칭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우왁굳 본인이 진심으로 사과하며 활동 중단까지 선언한 상황에서, 팬덤의 이런 행동은 그의 사과를 무색하게 만든다. 많은 누리꾼들이 "장난이나 팬심으로 넘기기엔 문서위조랑 사칭에 걸리는 거 아니냐", "사과문 나온 당일에 또 이런 게 나오다니 사과문이 무색해진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대한 빠르게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우왁굳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왁굳의 이번 사과와 활동 중단 선언은 단순한 해명이나 위기 모면이 아니기를 바란다. 실수는 누구에게나 있다. 중요한 건 그 이후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다. 이번 사건은 팬문화, 창작 생태계, 저작권 의식 등 다양한 층위의 과제를 던져주었다. 우왁굳도, 팬들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대중도 그 안에서 각자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우왁굳이 이번 일을 통해 더 단단해지길 바란다. 다시 돌아온다면, 이전보다 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크리에이터로서의 길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그리고 나 또한 한사람의 팬으로서 다른 팬들 역시, 그 여정을 따뜻하게 응원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