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의 4년간 투병기와 기적적 회복, 처조카 입양으로 보여준 따뜻한 인간미까지.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국민 마라토너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사랑과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기적적인 회복 스토리
솔직히 이봉주의 투병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믿어지지 않았다. 그토록 건강하고 강인했던 국민 마라토너가 갑작스럽게 희귀질환에 걸려 4년이나 고생했다니 말이다. 2020년 1월, 방송 촬영 중 타이어를 끌던 순간 갑자기 발병한 '근육긴장 이상증'이라는 생소한 병명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당시 상황을 회상하는 이봉주의 모습을 보니 정말 절망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배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막 뛰었다"며 "허리는 계속 굽어지고 복부는 경련 수축이 반복됐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서 당시의 공포감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마라톤으로 단련된 강철 같은 몸이 하루아침에 통제 불능 상태가 되었다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무서웠을까.
더욱 안타까운 건 19개월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제대로 된 진단조차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사이 증상은 더욱 악화되어 목이 조여서 음식을 삼키는 것도,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졌다고 한다. 24시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지옥 같은 나날들이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수술까지 받았지만 오히려 상태는 더 심각해져서 목이 'ㄱ'자 모양으로 꺾이는 지경에 이르렀다니,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포기하지 않은 게 이봉주다운 것 같다. 아니, 사실 이봉주 혼자만의 의지로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내의 극진한 간병과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의학적 치료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부부는 생활 전반을 바꿔나갔다. 제철 음식 위주의 식단 관리부터 시작해서 좋은 식재료 찾기, 체온 유지 등 세심한 관리를 통해 서서히 회복의 길을 찾아나간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결국 의학적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기적을 만들어낸 셈이다.
마음을 울린 처조카 입양,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다
이번 방송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받은 부분은 15년 전 처조카를 입양한 이야기였다. 운동선수로서의 이미지만 알고 있던 이봉주의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어서 새삼 놀랐다. 아내의 오빠가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당시 6살이었던 조카가 혼자 남겨졌을 때, 이봉주가 먼저 입양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아내도 방송에서 "그게 사실 쉬운 게 아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는데, 정말 그렇다.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남의 아이를 자식처럼 키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특히 당시 이봉주는 현역 마라토너로 활동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을 텐데, 그런 상황에서도 조카를 받아들이겠다고 먼저 나선 것을 보면 그의 인품을 알 수 있다.
더욱 뭉클했던 건 그 조카가 부부의 결혼식에서 화동을 맡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입양을 했다는 차원을 넘어서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결혼식이라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조카를 참여시킨 것을 보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현재 잘 자란 조카와의 투샷 사진을 보니 정말 친아들처럼 다정해 보였다.
아내가 "부부지만 나도 나중에 저 사람에게 큰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다"며 "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서 해주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정말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이런 상호부조의 정신과 따뜻한 마음이 어려운 투병 과정을 이겨낼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서로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가족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이봉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다
가장 놀라운 건 이봉주의 완전한 회복 모습이었다. "4년 동안 지옥에 다녀온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힘겨웠던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건강을 되찾아 2024년 4월 삼척에서 열린 황영조 국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된 것이다. 물론 풀코스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약 100m라는 짧은 거리였지만, 한때 사망설까지 돌았던 그가 다시 달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42.195km를 41번이나 완주한 전설의 마라토너에게 100m는 정말 짧은 거리일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거리였을 것이다. 그 100m를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을 것 같다.
사실 이런 회복 사례는 의학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라고 한다. 근육긴장 이상증이라는 희귀 질환의 특성상 완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의 헌신적인 관리와 본인의 강인한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의사들도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회복 과정이었다고 하니,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현재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포기하지 않으면 길이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결국 의학적 치료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사랑과 생활 관리, 그리고 본인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사례였다. 이봉주의 새로운 출발이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