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홍진경이 22년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며 보여준 성숙한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단순한 이별이 아닌 서로를 존중하는 새로운 관계로의 전환, 그리고 딸을 위한 배려까지 담긴 이번 발표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27년 인연의 마무리, "누구 잘못도 아닌" 솔직한 고백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홍진경의 이혼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마음이 묘했다. 연예인의 이혼 자체야 자주 있는 일이지만, 그냥 흔히 접하던 기사와는 뭔가 결이 다르다 느꼈던 건 나만이 아니었을 것 같다. 대부분은 뒷말이 무겁고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게 되기 마련인데, 정선희 유튜브에서 공개적인 입장문을 들으니 뭉클했다고 할까. “27, 28년을 같은 사람만 보고 살았는데,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다르게 살아보고 싶었다”는 그 고백이, 듣는 이의 마음도 물들게 한다. 사실 이게 쉽지 않다. 대놓고 누군가의 잘못이다, 상대가 변했다, 이런 식이 아니라 서로의 삶의 변화 자체를 인정한다는 게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런 식의 이별이야말로 진짜 성숙한 어른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오히려 이혼하고 남이 되고 나니 관계가 더 편해졌다는 점이다. “진짜 우정이 생겼다”는 말, 그 진담이 들려오는 것 같아서 참 신기했다. 주변에도 오래 연애하다 결혼하면 되레 더 어색해지는 커플이 있고, 책임감과 역할이 사람을 묶이게 만드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홍진경과 전 남편은 얽매이는 부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자 본래의 서로로 돌아간 느낌이랄까.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 두 사람 모두, 정말 독특하고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이런 선택 앞에 섰을 때 과연 이런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완전히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왠지 그 마음이 조금은 느껴지는 듯했다
14세 딸 라엘이가 보여준 놀라운 성숙함과 가족의 지혜
이혼 과정에서 딸 라엘이가 보여준 반응은 솔직히 충격적일 정도로 어른스러웠다. 그냥 지나가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부모가 결정 전에 자녀의 의견을 먼저 묻고, 그에 따라 상황을 풀어나간다는 것 자체가 거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일이다. 대부분 부모는 아이들 앞에서 현실적인 이야기를 잘 꺼내지 못하지 않나. 그런데 이 가족은 달랐다. 14살이면 한창 예민한 사춘기일 텐데, 그런 아이가 “두 분의 결정을 존중한다”라며 받아들였다니,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자녀가 어른스러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평소부터 가족끼리 충분히 대화하고,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며 자라 온 환경이 밑바탕일 것 같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 이혼 이야기는 충격이 될 수밖에 없는데, 라엘이는 오히려 엄마 아빠의 결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걸 보면, 이 가족만의 특별한 교육 방식이나 신뢰가 있었던 게 아닐까 짐작된다. 사실, 나였어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또 한편으론 시어머니의 조언도 상당히 마음에 남는다. “라엘이가 조금 더 클 때 발표하라”는 식의 배려, 그리고 그런 어른의 조언을 기꺼이 따르는 모습에서 가족 모두의 따뜻함이 전해졌다. 세상이 참 각박하다고들 하지만, 이런 지혜와 배려가 남아 있다는 걸 보면 괜히 뭉클해진다. 이혼이라는 개인적인 선택이 가족 전체를 아우르는 배려와 대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나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혼에 대한 새로운 시각, "실패"가 아닌 "변화"로서의 선택
사실 이혼이라는 이슈, 우리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부정적으로만 여겨져 왔던 게 사실이다. 누가 잘못했다, 누가 부족했다, 무언가 큰 사건이 있어서 그리된 거다, 이런 식의 프레임이 고정돼 있는데, 이번 홍진경의 사례를 보면서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내 솔직한 느낌으론, 그냥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오다 보면 사랑의 형태도 달라지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싶어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단순히 실패라 말할 수도 없고, 또 꼭 누가 잘못한 것도 아니니까.
“굳이 함께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 아마 홍진경이 그동안 보여준 경제적·사회적 독립성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자신감이 아닐까 한다. 주변에 보면, 억지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다 서로 상처만 키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책임과 의무에 짓눌려 더 이상 진심도 감정도 흐르지 않을 때, 서로의 행복을 위해 선택하는 이별도 분명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이 사례가 보여준다. 정작 중요한 건 당사자간의 성숙한 태도, 그리고 아이와 가족에 대한 배려 아닐까. 물론 누군가에겐 이런 방식이 이해가 안 가거나, 불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점점 이런 열린 이별도 우리 사회에 공감받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결국 이혼은 ‘끝’이라고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과 관계를 시작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홍진경 씨 부부가 보여준 성숙한 이별의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그런 새로운 관점을 제안하며, 관계의 복잡성 속에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다정한 방법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이 사례가 앞으로 이혼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완화시키고, 좀 더 건강하고 평화로운 관계 재구성의 모델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