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피해온 건강검진, 그 뒤에 숨은 아픈 기억
솔직히 말해서 박영규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정말 복잡한 심경이었다. 73세까지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고 나니 오히려 너무나 인간적이고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더라. 바로 위 형님이 담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픈 기억 때문이었다.
"겁이 나서 그동안 검진을 못 받았다"는 그의 고백을 들으니 마음이 아팠다. 가족력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개인적으로도 주변에서 비슷한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 가까운 가족이 암으로 고생하거나 세상을 떠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정말로 검진 자체를 두려워하더라. 혹시라도 자신도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까 하는 마음이 검진을 계속 미루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이런 심리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박영규 세대의 경우 의료 기술이 지금만큼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을 살아왔고, 암이라고 하면 곧 죽음과 직결되는 무서운 병이라는 인식이 강했을 것이다. 형님이 담도암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싶다. 암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제작진의 오랜 설득도 있었지만, 25세 연하의 아내와 함께라는 점이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병원을 찾은 그의 모습을 보니 여전히 긴장감이 역력했지만, 용기를 낸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천만다행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나이가 73세라고 해서 건강관리가 무의미한 것은 절대 아니니까 말이다.
6mm 용종 발견, 2-3년 늦었다면 대장암이었을 뻔한 아찔한 순간
검진 결과를 듣는 순간이 정말 아찔했다. 대장 내시경에서 6mm 크기의 용종이 발견되었고, 의사는 이것이 "암 전 단계인 선종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진단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2~3년간 방치했다면 대장암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이었다. 정말 아찔한 타이밍이었던 셈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정말 소름이 돋았다. 만약 박영규가 계속해서 건강검진을 미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이번 검진이 그의 생명을 구한 셈이 되었다. MC 은지원이 "사람 하나 살렸다"고 감탄한 것도 전혀 과장이 아니었던 것 같다. 정말로 운명적인 타이밍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 대장 용종 자체는 그리 드문 질환은 아니다. 중년 이후에는 꽤 많은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방치했을 때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특히 선종성 용종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악성으로 변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보면 선종성 용종은 대장암의 전 단계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박영규의 경우는 정말 적절한 시점에 발견된 것 같다. 6mm 정도의 크기라면 아직 초기 단계로 볼 수 있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이것이 1cm 이상으로 커졌거나 더 진행되었다면 상황이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의사들도 이런 경우에는 정기적인 추적 관찰과 관리를 통해 충분히 예후가 좋다고 하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5세 연하 아내에게 남긴 유언 같은 말, 진짜 사랑이 뭔지 보여준 순간
이번 일을 통해서 정말 많은 걸 느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박영규의 가족에 대한 마음이었다. 건강검진을 앞두고 25세 연하의 아내에게 유언 같은 말을 남겼다는 부분에서 정말 찡했다. "내가 만약 없어도 당신 혼자 잘 살 수 있지"라며 금고 속 비밀까지 공개했다고 하는데, 이런 모습에서 아내에 대한 깊은 사랑과 책임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반대로 아내 역시 남편의 건강을 무엇보다 걱정하고 있었다. "나보다 남편의 건강이 걱정된다"며 "나이가 있으니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질병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말한 것에서 부부간의 진짜 애정이 느껴졌다. 25세라는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하든 이 두 사람의 사랑은 진짜인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박영규의 심정을 생각해보니 더욱 애잔하더라. 평소에는 건강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검진을 받으려고 하니까 불안했을 것이다. 특히 가족력이 있다 보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더욱 컸을 테고 말이다. 그래서 미리 아내에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금고 비밀번호까지 알려주는 것을 보면 정말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나이차가 많은 부부의 현실적인 고민도 엿볼 수 있었다. 젊은 아내 입장에서는 나이 많은 남편의 건강이 항상 걱정스러울 것이고, 남편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만약의 일이 생겼을 때 젊은 아내가 혼자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번 건강검진의 중요성은 단순히 질병을 발견한 것을 넘어선다. 많은 사람들, 특히 중년 이후의 남성들이 건강관리에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박영규의 사례는 정말 좋은 교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보여준 사례가 아닐까 싶다.